1950년대 벨라이드의 선두주자 백조가 환생한 모델 바바라 뮬렌

 20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포토그래퍼들에게 사랑을 받은 슈퍼모델 바바라 뮬렌 이야기입니다. 175센티미터의 키에 허리가 20인치였던 그녀의 가녀린 체형은 1950년대보다 1990년대 더 빛났을 체형이지만 그 시대에도 압도적인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당시에는 풍만한 바디의 헐리우드 스타들이 장악하던 시대였다는 것은 참고하시고요.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입이 거친 소녀

바바라 엘리스 뮬렌은 1927년 6월 3일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의 플로럴 파크에서 두 딸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브루클린에 사는 터프한 아일랜드계 미국인인 그녀의 아버지는 은행원이었고 어머니는 재봉사였습니다. 

바바라 뮬렌이 18살이 되자 퀸즈의 한 미용실에서 어시스트로 취직하게 되었는데요. 관계자의 눈에 띄어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서 돈 많은 고객을 위해 옷을 입고 등장하는 소위 피팅 모델로 일하다 2년 쯤 쉬고 있었는데요.

신데렐라 탄생

당대 최고 에이전트 대표 아일린 포드는 바바라 뮬렌을 보고 이 소녀는 괴물이다라고 하였습니다. 1950년대 초반 뷰티 패션 업계는 미의 기준들이 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바라 뮬렌은 그 진화의 선두에 있었습니다. 

또한, 당시의 패션 모델들은 상류층의 사교계 여왕들이 차지하였으나 도비마를 비롯하여 거리에서 발견된 여성들이 대거 상류층 모델들의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아일린 포드를 포함한 모델 에이전트가 생겨나면서 모델을 직업화하는 체계가 잡히기 시작하였고요.

1947년 바바라 뮬렌은 신데렐라가 된 해였습니다. 핑크 드레스가 맞는 모델을 섭외 중 옷이 딱 맞는 그녀를 찾았고 보그 패션지 사진가 존 롤링스가 그녀와 첫 작업을 하면서 부끄러움은 이내 상쇄하게 되었고요. 이후로 그녀는 패션 바이블적인 인물로 우뚝 서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찬란한 모델들인 도비마도 수지 파커와도 비슷한 듯 색다른 매력을 보여 준 독보적인 모델로 평가 받았고 오히려 대중들보다 포토그래퍼들에게 압도적인 사랑을 받은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바바라 뮬렌은 잘 자란 이미지보다는 가난하고 거친 환경 속에서 심지어 입도 거친 편이었지만 그녀의 타고난 하드웨어는 우아 그 자체였습니다. 

벨라이드 혹은 대체 소녀

바바라 뮬렌은 프랑스의 전형적인 벨라이드라고 불리기도 했는데요. 벨라이드(belle laide)는 예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여자를 일컫는 의미였습니다. 그러나 바바라 뮬렌은 대체 소녀(the replacement girl)이란 더욱 확고한 별명이 오래도록 따라다녔습니다. 마치 90년대 한국에서 TTL소녀가 있었듯이 그녀의 등장은 상징 이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무대 위를 활보하는 워킹 모델보다 정적인 포즈로 서있는 인간 마네킹 시대였기에 바바라 뮬렌은 그렇게 마법에 걸린 얼음 공주처럼 단정한 매력을 보여주는 데 일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최고의 마네킨으로 평가 받았고요.

그녀의 작은 머리와 길고 긴 목 그리고 가냘픈 몸톰은 패션계에서나 볼 수 있는 진귀한 명품 외모였습니다. 

말년은 스위스에서 조용하게

그녀의 첫 번째 남편이 1955년에 뇌암으로 이른 나이에 사망한 이후 1959년 모델 생활의 절정기가 끝나가면서 그녀는 스위스로 이주하여 알파인 스키 마을로 유명한 클로스터스에 바바라 바자르라는 부티크를 열었습니다.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삶을 보장받으면서도 그곳에는 그레타 가르보, 데보라 커, 마가렛 공주와 같은 고객들이 그녀의 부티크를 찾은 핫 플레이스이기도 했습니다. 스위스에서 부티크를 운영하면서 패션지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것은 작은 부업에 속했고요.

그리고 당시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30대 후반인 1965년에 최초로 엠마누엘 웅가로 쇼 무대에 서기도 했습니다. 

바바라 뮬렌은 1962년 프레디 모렐과 재혼하였고 그는 2019년에 사망했습니다. 그리고 바바라는 2023년 9월 12일 그녀의 집에서 96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선 낯설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녀와 작업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바바라 뮬렌이 모델 왕국의 여왕 중 한명이며 카멜레온에 우아하고 뛰어난 여성으로 기억하였습니다. 백조가 사람으로 환생한다면 딱 그녀 같은 모습일 것 같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