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농부의 딸로 보그를 점령한 진슈림프턴

 60년대 가장 아름답고 대표적인 뷰티 앤 패션 아이콘 진 슈림프톤은 가녀린 몸매에 무겁고 엉성한 눈화장 그리고 매력적인 표정으로 당대 최고의 잇걸로 사랑받은 스타입니다. 60년대 전후로 모델 업종이 등장하면서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데요. 

진슈림프톤에게도 세계 최초 슈퍼모델이란 타이틀을 달아주었지만 그보다는 세계 최초로 가장 아름다운 슈퍼모델 등극이란 타이틀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영국 출신의 슈퍼모델 진 슈림프턴

진 슈핌프톤은 1942년 영국 버킹엄셔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당시 선호하던 여성 직업인 비서가 되기 위해 17세에 랭햄 비서 대학에 등록했습니다. 그러다 약국에서 유명 감독의 눈에 띄었고 그의 영화 오디션을 보게 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오디션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모델로 전업하기로 하고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하였고 이후 최고로 잘 나가는 모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름 때문에 생긴 새우란 별명

그녀는 이름과 비슷한 쉬림프 즉 새우란 별명을 얻으며 재밌고 기발하고 깜찍하고 발랄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녀가 입은 옷이 잡지에 등장하는 순간 불티나게 팔렸고요. 하지만 세계 전역에 미니스커트 물결이 이는 와중에도 영국 사람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으로 그녀를 대했습니다.

그러니까 모자와 스타킹 그리고 장갑을 착용하지 않는 그녀를 조롱하고 천대시하였습니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겹겹으로 옷을 껴입으며 우아함을 과시한 기성 세대 여성들 입장에서 슈림프톤의 의상은 밋밋하고 단조롭기 짝이 없었기에 당시 기준으로는 헐벗은 스타일로 보았나 봅니다. 하지만 최종 승리자는 슈림프톤이었습니다. 

진슈림프톤의 패션 스타일은 귀족적이고 화려한 기득권층을 패션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반대로 문화예술계를 급진 노동자 계급 층 자식들이 장악하면서 자유분방함이 지나친 세계로 이끌었다고 볼 수도 있겠고요. 진슈림프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러한 물결의 선봉에 서게 된 것입니다.

화제의 중심이던 그녀

어딜가나 화제를 몰고 다니며 패션 트렌드를 이끈 진 슈림프톤은 첫 데뷔부터 실패한 영화에 다소 미련이 남았던지 1967년 영화에 출연을 하긴 했지만요 큰 반응은 얻지 못한 것 같고요. 30대 초반이 되면서 모델 활동은 완전히 은퇴하고 콘월로 이주했습니다. 

콘월에서 사진작가 마이클 콕스를 만나 결혼하였고 같은 해 아들을 낳고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갔습니다. 그녀가 회상하는 모델 세계는 이랬습니다. 패션계는 어둡고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가득찼으며 약자는 태워버리는 고압적인 환경입니다. 그러면서 앤디 워홀이나 데이비드 베일리같은 약삭빠른 사람들만 살아남는 곳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데이비드 베일리는 진 슈림프튼을 이 세계로 이끌고 유명하게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한 사진작가입니다. 어쩌면 언론보다 더 힘이 센 사진 매체로 인해 소위 새로운 평등주의를 사회를 외치며 건방진 사진작가로 낙인 찍힌 검은 삼위일체 중 브라이언 더피,  테렌스 도노반 그리고 데이비드 베일리가 있었습니다.

젊고 난독증마저 있는 데이비드 베일리의 아버지는 나이트 클럽 사장이었고 그는 문제많은 청년기를 보내고 어쩌다 사진 기술을 배워 잘생긴 외모 덕에 영국 보그지의 포토그래퍼로 취직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소 보수적이고 귀족적인 문화 예술을 추구하던 보그 세계에 데이비드 베일리는 농부의 딸 진슈림프톤을 적극 추천하게 됩니다.

귀족 출신 모델을 선호하던 보그 권력자들 입장에서는 농부의 딸이 웬말이냐고 했지만 베일리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슈림프턴을 모델로 재치있고 장난스러운 포즈 가득한 화보를 찍어 보그의 미학을 재정립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데이비드 베일리와 진슈림프턴은 잘 나가는 셀럽이 되었습니다.

스물두 살의 데이비드 베일리는 17살의 아내가 있었음에도 진슈림프톤에게 반하여 정신을 못 차렸습니다. 그리고 이 사기꾼 작자는 진슈림프톤에게 몸도 마음도 가져야한다며 소유했습니다. 물론 진슈림프톤도 잘생기고 말잘하는 베일리에게 반하여 영혼을 저당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모든 젊은 여성들이 반할 정도로 매력이 넘쳤던지 그는 약 400명이 넘는 여성과 관계를 가졌다고 합니다. 슈림프톤이 말하길 거의 모든 여성, 게이, 동물, 어머니들이 그를 보면 좋아했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그를 보자마자 엽총으로 겨누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그가 얼마나 쓰레기였는지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죠.

그리고 진슈림프톤도 몇 년 후 그가 얼마나 허풍쟁이 사진작가였는지 실체를 알게 됩니다. 베일리와 슈림프톤이 헤어진 후 1965년에 그는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와 만나 결혼했지만 1972년 또 다른 17살의 모델 페넬로페 트리와 만나면서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도 몇 번이나 더 그런 혼잡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더는 진슈림프톤이 상관할 일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