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클로델의 회색영혼(문학 훑어보기)
필립 클로델의 회색영혼 좋은 내용 발췌
나는 그저 알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를 기다리며 이 모든 사실을 수집하고 재구성하며 살아왔기에. 당시에는 그게 어느 정도 내 직업이기도 했다.
전쟁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괴물이자 감추어진 나라였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가 사람들을 멸시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저 세상에 관심을 끊고 사는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를 거의 온전히 이해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그는 그저 일종의 관념을, 자신이 생각하는 선악의 관념을 수호할 뿐이었다.
일말의 악의도 없었다.
눈이 빨개지도록 울었고,
새들도 길을 잃은 듯했다.
지독한 날씨에
반숙은 달걀 그 이상이지. 내게는 하나의 작은 우주라네. 작은 우주 말이야.
기억의 가장 깊은 곳
그런 길을 걷다보면 누구라도 우울감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나지막한 창문
한 달 내내 술에 취해 있었다.
체념이 깊은 인상
사소한 상처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았다는
구석에 틀어박혀
창백한 기운
움직이는 모든 것이 내겐 아련해 보인다.
상처는 좀처럼 아물지 않았다.
낡은 주머니 깊숙이 감춰둔, 다시는 꺼내 볼 수 없는 추억.
잊혀지지 않는다.
증오보다 더 강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각자가 속한 세계의 규칙이다.
귀찮게 굴지 마시오. 나도 당신을 귀찮게 안 할테니까는 식의 눈감아주기. 즉 호혜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이다.
약간 취한 것 같은 기분.
잿빛 안색, 흠뻑 젖은 채 누군가가 쓰다듬어주기를 기다리는 개의 눈망울 같은 눈을 보면 그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았다.
다시 봄이 왔다.
그 꼼꼼한 시선은 병적인 느낌을 주었다.
답변이라는 놈은 항상 조심을 해야 하지요. 답변은 절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으니까.
사람들 말마따나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항상 똑같은 코스로 산책을 한다.
나는 죽음이라는 행운을 비껴갔다.
사람들은 삶이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죽음은 더 불공평하다.
전조도 없이 죽었다. 그는 혼자 살아왔듯이 그렇게 혼자 죽었다.
기분 좋은 그늘
사용되지 못한 물건들, 특유의 슬픔이 배어 있는 방들, 약간 어질러져 있고 여기저기 긁힌 자국도 좀 있어야 하는데
데스티나의 방은 주인을 많이 닮았다.
공허함으로 압축된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타인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아도, 타인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죽음이 찾아오는 방식은 참 희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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