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명대사 모음(5화~8화)

나의 아저씨 명대사 모음 5화에서 8화편


나의 아저씨 명대사 모음 5화



#길거리


기훈/ 아 그냥 이쁘다고 해줘. 아 그냥 사귄다고 해줘. 여자얘기만 나오면 환장을 해요. 저질 인생.
상훈/ 아이 우리 삼형제는 여자문제에 관해서는 오픈 마인드를  할 필요가 있어. 너무 안 놀아봤어. 그래서 이 나이에 이러는 거야. 우리가.(동훈 맞은편 걸어오는 지안을 보고)
동훈/ 그만해


(지안 걸으며 이어폰 꽂고)



상훈/ 목소리 이펙트 애정사라는 게 할당량이라는 게 있거든 그걸 못 채웠어. 내가 어디서 놀아봤어야지.


기훈/ 그래서 입으로만 놀지.
상훈/ 그럼 자식아 그럼 몸으로? 몸 그게 내가 되냐
동훈/ 그만하라고 좀



상훈/ 애가 느낌 세하네. 
동훈/ 한 마디만 더해
상훈/ 지난번에 선그라스 썼을 때는 쏴했는데 선그라스 벗으니까 세하네.







#편평한 길
(음악)
(지안 할머니 탄 카트 끌고 달이 비추고, 할머니 달 보며 세상 행복한 표정. 달과, 카트를 끈 지안 모습. 그리고 멈춘다. 큰 달 앞에 서고.지안 할머니 교차 클로즈업. 그리고 큰 달 감상하는 둘 모습)

할머니/ 아까 그 분 누구냐고 수화
지안/ (수화 겸) 회사사람
할머니/ 좋은 사람이지? 좋은 사람 같애
지안/ 잘 사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되기 쉬어.
(지안은 허무한 표정으로 달을 보고 할머니도 안쓰런 표정으로 지안을 보고)




#집 앞

하이 앵글
동훈이 문을 나서고 지안이 뒤따라 나오고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 들리고 

동훈/ 착하다
(지안 고개 숙인 채)
동훈/ 간다

(동훈 발자국 소리)



나의 아저씨 6화



#산장

윤희 고기 굽는 준영 근처로 걸어가며

윤희/ 캠핑 좋아하는 줄 몰랐네.
준영/ 내가 이런 걸 좋아할 거 같애? 노인네 때문에 하는 거지
윤희/ 회장님 캠핑 좋아하셔?
준영/ 캠핑은 아니고 불 때우는 걸 좋아하셔. 한 겨울에 이런데 장박 잡아 놓으면 시간 날때마다 와  서불때우셔. 하루종일 불만 펴. 불 앞에서 꼼짝도 안 해 . 말도 안 하고.
윤희/ 의외로 침잠하는 스타일이신가 보네
준영/ 침잠은 자기 살던 바탕 못 버리는 거야. 시골틱한 바탕 


#정희네

동훈/ 너 전생에 그렇게 이 악물고 다음 생에 꼭 보자고 해서 만난 인간들이 지금 그 인간들이야 임마.
기훈/ 그럴 이 없어. 
상훈/ 맞는 거 같은데
기훈/ 절대 그럴리 없어. 내가 이렇게 허술하게 아무 준비도 없이 그 인간들을 맞이 했을 리가 없어. 이번 생에 튀어나온 인간들이야. 백프로.
동훈/ 이번 생에 만난 인간들은 이번 생에 다 까부시고 제발 그만 좀 태어나자.
상훈/ 그만 태어나기에는 또 좀 아쉽지.
동훈/ 뭐가 아쉬어?
상훈/ 안 태어나면 뭐해 심심하게
동훈/ 형은 재밌어? 인생이?
상훈/ 재미는 있어. 돈이 없어 그러지.
기훈/ 형 잘 생각해 봐. 돈 말고도 없는 거 많잖아. (상훈이 기훈이 머리 때리고)
기훈/ 아. 맞잖아.





#57 지하철
(계단 내려오는 동훈. 벽에 기댄 지안을 보더니)

동훈/ 김대리 왜 때렸어? 아 뭐라고 했길래 때렸어? 아니 어디 겁없이 사람 뺨을 때려. 뺨때리고 뺨 맞고 그런거 드라마에서나 하는 일이야. 일반 사람들이 평생 살면서  한번이나 있는 일인줄 알아?

(지하철 오는 소리)

동훈/ 왜 때렸어? 김대리가 너한테 뭐라고 욕했어? 아니면 추근댔어? 어? 왜 때렸냐고.
지안/ 아저씨 욕해서요.

지안/ 자기 같았으면 벌써 그만 뒀다고. 구박 받는 상사 옆에서 보고 있기 고역이라고. 이 모든 사태는 잘난 도준영 잘못이 아니고 못난 부장님 잘못이라고.

(지하철 문 열리고 사람들 내리고 지안 타고)



#술집

동훈/ (술 마시고) 누가 욕하는 거 들으면 그 사람한테 전달하지마. 그냥 모른 척해. 너희들 사이에선 다 말해주는 게 우정일지 몰라도 어른들은 안 그래. 모른척 하는 게 의리고 예의야. 괜히 말해주고 그러면 그사람이 널 피해. 내가 상처 받은 거 아는 사람 불편해. 보기 싫어.

시간 경과

(동훈 말없이 술만 푸고)

동훈/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럼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윤희 호텔로 들어가는 거 떠올리고)

동훈/ 그러면 아무것도 아니야.

지안/ 그러면 누가 알 때까지 무서울 텐데

(살인하던 모습 회상)

지안/ 누가 알까. 또 누가 알까. 만나는 사람마다 이 사람은 언제 알까. 혹시 또 알고 있나. 어쩔땐 이렇게 평생 불안하게 사느니 그냥 세상 사람들 다 알게 광화문 전광판에 떴으면 좋겠던데.
동훈/ 모른척 해줄게. 너에 대해서 무슨 얘길 들어도. 모른척 해줄게. 그러니까 너도 약속해주라. 모른척해주겠다고. 겁나. 넌 말 안 해도 다 알 것 같아서. (술을 들이키고 지안 그런 동훈을 보고)

#66 청소방

(도시락 까먹는 형제 발자국 소리
유라가 들어와서 훑어 보고. 호기심 가득한 표정. 화이트 보드 보며)

유라/ 여깄다. 우리 빌라. 제가 이시간은 원래 잘 안 돌아 다니거든요. 한 겨울엔 해 뜨고 한참 지나야 눈이 떠지는데 요즘은 여덟시만 되도 발딱발딱 일어나요. 겨울만 되면 진짜 땅파고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이었는데 마음이 꼭 봄 같아요. (소파에 앉아 둘을 보며 미소, 유라는 하염없이 기훈을 보더니) 여기 이러고 있으니까 내가 뭔가 특별해지는 느낌이에요. 뭐랄까. 빛나던 천재의 몰락의 순간을 함께하는 느낌이랄까.
(상훈 웃음 참고)
유라/ 빛나던 한 때가 있는 사람은 몰락의 순간에도 왠지 있어 보여요.
기훈/ 얘 어따 신고해야 해? 일일이야 일일구야?
상훈 (목이 막히고) 야 나 커피 한 잔만
유라/(가져 온 커피 가리키며) 이거 드세요.
상훈/ 아니요. (밖으로 나가고)
유라/ 파이도 있는데
기훈/ 너 남자한테 안 맞아 봤지.
유라/ 한 번도요.
기훈/ 너 나 되게 젠틀하게 보나 보다. 알텐데. 나 어떤 인간인지.
     니가 배우로 잘 풀려서 여기서 이러면 내가 이해해. 니욕 다 받아줘. 욕먹어도 싸지. 실력있는 배우 연기 잘 못끌어주고 지랄만 떤 내 잘못인데. 근데 너. 안 풀렸잖아. 니가 연기를 잘했으면 딴 감독 손에서라도 풀렸어야지. 연기 드럽게 못하면서 어서 지 안풀린게 내 탓이래 너 내 손에서 병신 됐다고 자꾸 그러는데 나 너 때문에 망했어.찍다가 엎은 감독이라고 제작자 손해 입힌 감독이라고. 그것때문에 내가 몇 년을 죽썼는데.
유라/ (웃으며) 죄송해요.
기훈/ 웃지마 씨(집어 던지려고 하고 유라는 피하고)




기훈/ 또 오기만 해봐. 씨.
상훈/ 너 왜그러냐. 여자한테. 나쁜애 같진 않은데
기훈/ 세상에서 제일 나쁜년이 눈치 없는 년이야 몰라?

유라 터덜터덜 걸어가고.


나의 아저씨 명대사 7화


#정희네 술집/낮

(술병 챙기는 엄마. 식탁 치우고 설거지 하고. 안주 썰어두고. 고단한 듯 냉장고에 넣어두고. 정리 싹. 그제야 터덜터덜 내려오는 정희)
정희/ 오셨어요?
엄마/ 시끄러워서 깻냐
정희/ 일어날 때 됐어요.
정희/(코를 훌쩍이는 엄마 보며)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엄마/ 동훈이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안 좋아. 셋이 똑같이 맥이고 똑같이 입혀서 키웠는데 왜 동훈이 걔만 덜 맥이고 덜 입힌 거 같은지 걔만 생각하면 안쓰러워. 생전 속의 얘기 하는 놈도 아니고. 어려서 걔한테는 생전 뭐 사달라는 얘길 들어 본 적이 없어. 두놈의 새끼들은 그냥 맨날
정희/ 어머니가 동훈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요. 안쓰러운 거야 상훈이 오빠가 제일 안쓰럽죠. 늙어서 와이프한테 쫓겨나고
엄마/ 그놈은 지 처한테 쫓겨나서 신난 놈인데 뭐.(주머니에서 돈봉투 꺼내며) 돈은 뭐하러 부쳤어. 너 나가 있는 동안 일도 안 했는데
정희/ 넣어 두세요. 매일 들러서 치우고 그러셨으면서.
엄마/ 됐다. 넣어둬. 밥 먹자.
정희/ 어유. 됐어요. 딸한테 용돈도 못 받으세요? 맨날 아들셋하고 똑같이 반찬해다가 이렇게 맥이고 곰국 끓였다고 냉동실에 쟁이고. 나 딸 아니에요?





#술집

아재들 흐뭇한 표정

제철/ 오늘부터 난 널 존경하기로 했다.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좋다 그러고.
정희/ (유독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 오늘은 치맥 데이? 자.
상훈/ 왜 그래?
정희/ 밀리지 않으려고 좀 꾸며봤어.
상훈/ 안 밀려.
(정희 퇴장)

제철/ 우리 기훈이 어디가 좋아요?
유라/ 전 망가진 게 좋아요. 사랑해요.

(기훈 절망 표정)

기훈/ 여기 다 망가진 인간들이야. 니가 좋아하는. (포커스 이동하면서) 은행부행장이셨다가 지금은 모텔에 수건 대고 계시고, 자동차 연구소 소장이었다가 지금은 미꾸라지 수입하고 계시고 제약회사 이사였다가 지금은 백수. 알지? 형이랑 나는 청소. 야. 좋겠다. 여기 니가 다 좋아하는 망가진 인간들이라. 야. 너는 언젠가는 진짜로 한 번은 남자한테 다구리로 처 맞아. 어? 그 중에 내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너 진짜 조심해라.
유라/ 좋아하는 데 왜 맞아요?
기훈/ 망가지는 데 왜 좋아해. 너보다 못한 인간들 보면서 아. 나는 쟤보다 저 인간들보다 낫지 그런가 아니야 지금.(아재들 숙연한 표정) 어? 근데 그걸 지금 사람들 앞에 앉혀놓고 대 놓고 말하냐.
유라/ 그게 아니고요.
기훈/ 뭐가 아니야. 씨
유라/ 전 여기 있는 분들 다 존경해요. 진짜로요.
기훈/ 야. 너 급하게 지금 존경으로 막 이어서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모양인데 너 머리 나쁘다. 지금 뭐 안 이어진다.
유라/ 들어봐요. 좀 이어지나 안 이어지나.(잠깐 멈칫)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절 안심시켜 줘서.
상훈/ (흐뭇한 표정)


#술집 앞

제철 나와서 담배 피는 시늉. 상훈도 뒤따라 나오고

제철/ 쟤. 꼭 천사같다. 하늘에서 내려 준 천사.
상훈/ 그러게. 잘 살고 있는 거야.

헤헤헤. 흐흐흐.



#술집
동훈/ 걔 안 왔어요?


주인/ 누구?
동훈/ 거 춥게 입고 다니는 애. 이쁘게 생겨가지고.
주인/ 아 저번에 같이 왔던 친구. 안 왔는데.



#술집
동훈 술을 마시고.

동훈/ 계산이요.
(계산하고 나가려는 데
지안 문 열고 들어오고 이어폰 빼고)

주인/ 어 왔네. 이쁘게 생긴 애.
동훈/ 어 왔냐. 어 난 다 마셨는데.
지안/ (숨을 헐떡거리고) 한잔 만 더 하죠. 더 해요.


음악이 흐르고
동훈 지안에게 맥주 따라주고. 서로 자작하면서 술을 마시는데.





지안/ 나 왜 뽑았어요?
동훈/ 달리기. 내력이 쎄 보여서. 백미터 몇촌데. 
지안/ 몰라요. 기억 안 나요.
동훈/ 근데 그게 무슨 특기래.
지안/ 달릴 때는 내가 없어져요. 근데(한숨) 그게 진짜 나 같아요.

(동훈 지안을 내리 보더니 건배 제안. 서로 잔 부딪히고)

동훈/ 행복하자.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 눈치 보며 끝까지 마시려다 웃음 나고)



나의 아저씨 명대사 8화



#언덕길

지안/ 공짜로 안전 진단도 해줘요?
동훈/ 그럼 한동네 살면서 돈받냐?
지안/ 건축산줄 소문나면 여기저기서 다 봐달라 할텐데.
동훈/ 건축사 아니고 구조 기술사. 여태 무슨 회산지도 모르고
지안/ 비슷한 거 아닌가
동훈/ 달라. 건축사는 디자인 하는 사람이고 구조기술사는 그 디자인대로 건물이 나오려면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야 안전한가 계산하고 또 계산하는 사람이고 말 그대로 구조를 짜는 사람. 


(두 사람 뒷모습)
동훈/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다시 두 사람 앞모습)

동훈/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아파트는 평당 삼백킬로 하중을 견디게 설계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학교나 강당은 하중을 훨씬 높게 설계하고. 한층이라도 푸드코트는 사람들 앉는데랑 무거운 주방기구 놓는데랑 하중을 다르게 설계해야 되고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일이 있어도 내력있으면 버티는 거야.

지안/ 인생의 내력이 뭔데요.
동훈/ (조금 망설이다) 몰라
지안/ 나보고 내력이 세보인다면서요.
동훈/ 내 친구 중에 정말 똑똑한 놈이 하나 있었는데 이 동네에서 정말 큰인물 하나 나오겠다 싶었는데 근데 그놈이 대학 졸업하고 얼마 안 있다가 뜬금없이 머리깎고 절로 들어가버렸어. 그때 걔네 부모님도 앓아 누우시고 정말 동네 전체가 충격이었는데 걔가 떠나면서 한 말이 있어. 아무것도 갖지 않은 인간이 돼보겠다고. 다들 평생을 뭘 가져보겠다고 고생고생하면서 난 어떤 인간이다를 보여주기위해서 아둥바둥 사는데 뭘 갖는 건지도 모르겠고




지안/ (몸 움추리며) 겨울이 싫어
동훈/ 좀 있으면 봄이야.
지안/ 봄도 싫고. 봄여름가을겨울 다 싫어요. 지겨워. 맨날 똑같은 계절 반복해 가면서
동훈/ 스물한살짜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지안/ 내가 스물한살이기만 할까. 한 번만 태어났으려고. 매 생에 육십살씩 살았다치고 오백번쯤 환생했다치면 한 삼천살 쯤 되려나.
동훈/ 삼만
지안/ 오우 삼만. 왜 자꾸 태어나는 걸까.
동훈/ 가라
지안/ 내일봬요.

(지안 계단 올라가다 멈칫 다시 뒤돌아서서)

지안/ 파이팅

(걷던 동훈 뒤돌아보고

지안 다시 계단을 향해 올라가고.

동훈 걸어 내려가며… 뒷모습 보이고..)




정희/삼만살이 뭐야

동훈/ 나이가 삼만 살이라고. 수없이 태어났을테니까 모든 생애를 합치면 삼만살 쯤 되지 않을까. 왜 자꾸 태어나는 지 모르겠다는데 난 알아. 왜 자꾸 태어나는 지.
여기가 집이라고 착각을 하는 거야. 그래서 자꾸 여길 오는거야. 어떡하면 다시 진짜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다시 태어나지 않고.

정희/ 야 이 바보야. 너 진짜 몰라? 어떻게 하면 다시 태어나지 앟고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지 몰라?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기훈/ (이들 등뒤로 걸으며) 별나라 안가. 씨 대따 재미없어. 별나라.




#정희네 술집

테이블엔 아재. 유라는 바에 앉아 정희랑

유라/ (술 마시며) 제가요. 우리 엄마가 세번째 와이프거든요. 전혀 안 그런 거 같죠.
정희/ 그러네.
유라/ 제가요 어렸을 때 둘 째 큰엄마 무릎에 가서 막 안고 그랬대요. 둘째 큰엄만 제일 큰엄마 돌아가시고 결혼하신거라 아무 문제 없었거든요. 우리 엄마만 문제였지. 근데 제가 그냥 엉덩이 들이밀고 앉으니까 큰엄마도 어쩌지 못하셨대요. 맨날 큰엄마 큰엄마 그러면서 막 달려가서 안기고 뽀뽀하고. 나 중학교때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그랬어요. 강심장이라고 해야 하나. 제가 어려서 때부터 어디가서 눈치보고 주눅들고 그런게 없었어요. 태생이 그랬던 거 같애요. 뭔가 싸한 분위기였는데 나만 갖다 놓으면 다 풀어졌대요. 내가 가서 한바퀴 돌아주면 다들 말랑말랑 풀어졌대요. 다들 나한테 어쩜 그렇게 구김살이 없냐고. 제가 십년 전까진 요. 구김살이라는게 뭔지 몰랐어요.

제철/ 야. 좀 데꼬 나가라.
상훈/ 그래 좀. 나가는게 낫겠다.
아재/ 취한 거 같애.

(유라 벌떡 일어나더니 기훈쪽으로 가서 보더니)

유라/ 나 원래대로 펼쳐놔요. 감독님이 구겨놨으니까 다시 깨긋하게 펼쳐놔요. 활짝 펴 놔요. 원래대로. 나 오디션장에만 가면 죽을 거 같애요.  또 그 구박받을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져요. 다시 연기하고 싶은데 진짜 하고 싶은데 그 근처만 가면 죽을 거 같고.

어떤 아재 한숨.

유라/ 나 밝았던 내가 그리워요(울면서) 그러니까 나 원래 대로 펴 놔요. 펴놔요.

상훈/ 펴 줘라 좀.
기훈/ 뭘 어떻게 펴줘
유라/ (소리 지르며) 성심성의껏. 최대한 잘 펴놔요.

기훈/ 하. (자작)

유라 엉엉 울고. 상훈 양쪽 쳐다보고.

분위기 숙연.


지안/ 어떤 여자가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할까.
준영/ 그냥 같이 밥 먹고 술 먹고 그것만 해.
지안/ 밥 먹고 술 먹고. 그럼 좋아하는 건가.
준영/ 좋아하는 거야. 좋아하는 거야. 어떤 남자가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밥먹고 술먹고
지안 많이들 그러지 않나. 뭐 바라는 거 있을 때
준영/ 박동훈은 안 그래. 밥 먹고 술 먹으면 좋아하는 거야. 그리고 절대로 발뺌 못해. 거기까지만 가봐.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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