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영화 리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전 후로 이념과 신념 그리고 사랑에 관하여 다룬 내용.

제목이 마음에 들어 무심코 봤는데

나를 오열하게 만든 작품.

우선 미학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독일 영화는 처음 본 것 같은데

배우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고, 일단 여배우가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수준의

촌스러운 느낌 때문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어찌됐든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했다.

똑같은 현실에 처한 우리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잔혹한 수준, 거기서 이념을 논하는 주제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이보다 훨씬 가혹하고 잔인하고

쎈~ 느낌인 것에 반하여 이영화는 전체주의를 다루고 있음에도 삭막한 느낌은 덜하고 오히려 인간적이기까지....

심문을 받을 때 허벅지 아래로 손을 넣고 잠을 못자게 하는 고문이라니....

아무튼, HGW 하워즈였나. 이 캐릭터가 감동이다.

그토록 냉혈한으로 충직한 삶을 산 사람이 자유로운 영혼의 시인을 도청하게 되면서 변하게 되는 이야기.

그는 시인을 오만하다고 표현했던가.

영화를 중간 쯤 보다 잠이 왔다.

괜한 선택을 했군 싶었고...

스토리가 다소 진부하기도 했다.

시인의 여자는 최고의 여배우였고 그 여배우를 동독 고위 장관이 껄떡대고, 여배우는 나약하여 사랑하는 시인을 선택하지만 갈등하며 신경정신과 약도 상습적으로 먹고...

그런 모든 것을 지켜보는 하워즈는 점차 체제에 불신? 그리고 무엇보다 시인의 광팬이 되고 여배우의 광팬이 되고

이들의 사랑과 삶을 지켜주기 위해 진정한 수호천사가 되는 이야기다.

무심하고 잔잔하게 흘러간 영화 중(물론 이런 격정적인 감정이 없는게 독일 영화나 독일 정서 특징 같기도 하지만)

나를 순간 욱하며 폭풍오열하게 만든 대목은 하워즈가 관직에서 물러나며 우편일이나 하는 하급 관리로 물러나면서

4년 후 장벽이 무너졌대요, 란 누군가의 대사 부분.

그때 별 것 아니면서도 왜이리 감동적이던지....

아마도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 때문 탓이 큰 것 같다는...

이런 기분은 한국에 사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걸지도....

아무튼 두 나라가 합쳐지고

시인은 자유로운 상황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글을 못 쓰고 있고

하워즈는 앉아서 우편 일을 보던 게 돌아다니며 배달 일을 하게 됨.

그것도 나름 시사하는 게 큰 것 같은데 그걸 생각하고 싶진 않고...

그 과정에서 지난 시절의 여배우를 농락했던 장관과 시인은 공연장 에서 마주치는데

시인이 장관에게 질문한다. 왜 자신만 도청하지 않았느냐고...

그에게 사실을 전해 들은 시인은

자신을 도청했던 자료들을 찾아 다니고 그러면서 진실을 알게 된다.

여배우가 모든 걸 폭로하고 정보원이 된 순간 자괴감에 뛰쳐나가고

그것도 자살을 하려고 한건지 약에 취한건지는 모르겠고

아무튼 죽었는데,

진정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자신을 감청한 요원 하워즈였음을....

시인은 하워즈의 행적을 찾아 나서고 그가 우편배달부로 일하고 있음을 유유히 지켜 보다가

말을 걸까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제 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4년 후인가, 2년 후인가

 이 장면들이 두 번째로 감동받은 부분....

지나가다 다시 돌아와 그가 쓴 책을 보고 들어가서 들춰보던 중

 하워즈 자신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을 보고....

 점원에게 이 책은 절 위한 선물이라며 얘기하는 부분에서 오열....

독일 영화도 독일 문학 특유의 건조함과 그러면서 무심한 듯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이 압권이다.

무언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면서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지나치게 과장되지 않고

그러면서 가슴에 콱 박히도록 감동스럽고....여운이 남는

좋은 영화.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